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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정신과 공직자의 인권: 단 한 명의 무고한 희생도 없어야 하기에-김현철 변호사 칼럼
등록일 2026.02.24
조회수 587
칼럼
공직
법치주의
감찰·징계
헌법 정신과 공직자의 인권: 단 한 명의 무고한 희생도 없어야 하기에
들어가며
2026년 2월 12일, 윤창렬 국무조정실장이 발표한 “헌법존중 정부혁신 TF”의 조사 결과는 대한민국 공직 사회에 유례없는 파동을 일으켰다.
TF는 12·3 비상계엄을 “위로부터의 내란”으로 공식 규정하고 281명에 이르는 대규모 인적 조치를 예고한 것이,
흔들린 헌법 질서를 바로 세우기 위한 국가적 결단임을 강조했다.
감사원에서 감찰 업무를 수행하며 공직 기강의 엄중함을 다뤘던 경험과,
현재 법무법인(유) 로고스에서 인권과 법의 원칙을 수호하는 변호사의 시각에서 이번 사태를 분석해보고자 한다.
1
엄정한 법 집행, 국가 기강 확립의 출발점이다
비상계엄을 통해 국회와 선관위의 기능을 마비시키려 한 시도는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중대 범죄다.
최근 지귀연 부장판사가 주도한 1심 판결에서 핵심 주동자들에게 내린 중형은 “국가 조직의 파괴”라는 내란의 본질을 명확히 규명한 결과다.
특히 계엄 해제 의결 이후에도 단전·단수 지시나 출입국 통제를 지속하려 한 행위는 단순한 명령 복종을 넘어선 “확정적 고의”의 징표로 볼 수 있다.
이러한 핵심 가담자들에 대한 예외 없는 단죄는 헌법의 권위를 회복하기 위한 시대적 소명이며,
국가 공무원의 제1의무가 정권이 아닌 헌법에 있음을 확인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2
예조프의 논리와 블랙스톤의 원칙 사이에서
그러나 단죄의 칼날이 넓게 휘둘러질수록 우리는 두 가지 극명하게 대비되는 법 철학적 경구를 마주하게 된다.
과거 구소련의 공포정치를 상징했던 니콜라이 예조프(1895.5.1.~1940.2.4.)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한 명의 스파이를 놓치는 것보다 수십 명의 무고한 사람이 고초를 겪는 것이 더 낫다. 숲을 베어내다 보면 나무조각이 튀기 마련이다.”
반면, 현대 민주주의 형사법의 대원칙을 정립한 윌리엄 블랙스톤(1723.7.10.~1780.2.14.)은 이렇게 강조했다.
“10명의 범인을 놓치더라도 한 명의 무고한 사람이 고통받으면 안 된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가치는 명확히 후자에 있다.
860여 명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 과정에서, 단순히 자신의 자리를 지켰거나 긴박한 상황 속에서 지시의 위법성을 인지하기 어려운 위치에 있었던 실무자들까지
내란의 책임자로 성급히 단정 짓는 일은 경계해야 한다.
단죄의 명분이 아무리 크더라도, 그 과정에서 억울한 희생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면밀히 살피는 것이야말로 법치주의의 본령이기 때문이다.
3
“인식의 공유”를 가르는 정교한 분별력
지귀연 부장판사가 판결문에서 강조한 “국헌문란 목적의 인식 공유”는 단순 가담자와 내란범을 가르는 핵심적 잣대다.
단순히 명령을 이행한 사실만으로 집합범으로서의 내란죄를 물을 수 없다는 사법부의 판단을 행정 징계 과정에서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감찰 현장에서 수많은 징계 사례를 다뤄본 법률가로서 볼 때, 고위직의 범죄적 고의와 실무자의 수동적 복종은 엄격히 분리되어야 한다.
위법한 명령을 걸러낼 내부 시스템이 부재했던 국가적 한계를 개별 공직자의 책임으로만 돌린다면,
이는 또 다른 형태의 억울한 피해를 낳을 뿐이다.
4
정의로운 단죄는 신중함에서 완성된다
초유의 사태인 만큼 법 집행은 추상같아야 하며, 헌법을 파괴한 이들에게는 그에 합당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단 한 명의 무고한 공직자라도 억울한 고초를 겪게 된다면, 그 단죄의 정의로움은 빛을 잃게 될 것이다.
정부는 핵심 주동자들에게는 헌법의 엄격함을, 명령의 소용돌이에 휩쓸린 하급 실무자들에게는 법의 신중함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헌법 존중”의 완성이다.
법무법인(유) 로고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