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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협동조합 소속 조합원인 택시운전기사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 판단 - 김지인 변호사
등록일 2026.03.18
조회수 1097
택시협동조합 소속 조합원인 택시운전기사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 판단
[대법원 2026. 1. 29. 선고 2023두54914 판결 및 대법원 2026. 1. 29. 선고 2024도20470 판결]
법인 택시와 기존 사납금제의 대안으로 등장한 택시협동조합은 운전기사가 조합원으로 참여해 수익을 배분받는 구조를 취하고 있어 겉보기에 주인 의식과 자율성을 강조하는 듯합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기존 택시회사의 지휘·감독 체계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이름만 ‘협동조합’으로 바꾼 사례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2026년 1월, 두 판결을 통해 협동조합이라는 외관에 가려진 노동 및 근로자의 실질을 엄격히 판단함으로써 노동법적 보호의 경계를 다시 한번 확정했습니다.
1. 대법원 2026. 1. 29. 선고 2023두54914 판결
가. 사안의 개요
A 택시협동조합은 조합원들이 일정한 출자금을 납입하여 조합원 자격을 취득하고 조합 명의의 택시를 운전하는 구조로 운영되었습니다. 택시 운전기사들은 명목상 ‘협동조합 조합원’의 지위에 있었지만, 실제 운영되는 모습을 들여다보면 취업규칙·근로계약서 등에 근거하여 근무일수, 근로시간, 기준금, 복무규율, 징계 등을 정하는 등 기존의 택시회사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A 협동조합은 새로 설립된 B 협동조합에 자산 전부와 부채 일부를 양도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택시면허와 차량, 영업권 등 인적·물적 조직을 거의 동일하게 유지한 채 사업을 이전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B 협동조합이 인수하기로 한 부채에 A 협동조합의 일부 조합원 택시 운전기사들에 대한 출자금 반환 채무가 포함되지 않았고, B 협동조합은 해당 운전기사들에게 택시 운전 중지를 통보하였습니다. 일부 조합원 택시 운전기사들은 고용승계 대상에서 제외된 것입니다.
이에 해당 택시 운전기사들은 B 협동조합이 자신들을 부당해고하였다고 구제신청을 하였습니다.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는 조합원 택시 운전기사들의 손을 들어주었으나, B 협동조합은 이에 불복하여 재심판정의 취소를 구하였습니다.
나. 판결의 요지
위 판결에서 쟁점이 된 것은 ① 택시협동조합 소속 조합원인 택시 운전기사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및 ② 협동조합이 다른 협동조합으로 사업 일체를 이전하는 과정에서 일부 기사들만 선별적으로 배제한 것이 부당해고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노동위원회와 1심은 고용승계 대상에서 제외된 운전기사들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보아 부당해고를 인정하였으나, 항소심은 조합원이라는 지위에 초점을 맞추어 이들의 근로자성을 부정하였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위 항소심 판결을 파기환송함으로써 위 운전기사들의 근로자성을 인정하였습니다.
① 대법원은 종전 판례(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대법원 2009. 4. 23. 선고 2008도11087 판결 등 참조)에서 확립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 판단 기준, 즉 계약의 형식이 고용인지 도급인지가 아니라, 실제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를 위해 근로를 제공했는지에 따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해당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는 것을 재확인하면서, 위와 같은 근로자성 판단 기준이 협동조합 기본법에 따라 설립된 협동조합의 조합원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협동조합의 조합원은 협동조합법과 정관 등에 따라 의결권․선거권과 사업 이용권, 잉여금 배당권 등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으나, 이는 조합관계에 관한 것일 뿐, 그러한 조합관계 존재 자체가 근로관계의 존재 가능성을 당연히 부정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대법원은 협동조합도 사업 수행 과정에서 조합원과 근로관계를 포함한 다양한 법률관계를 맺을 수 있고, 조합원이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 근로를 제공하는 경우 조합원 지위와 별도로 근로자 지위가 병존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특히, 택시운송사업자인 협동조합의 조합원으로서 택시운수종사자의 지위에 있는 사람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인지를 판단하는 경우, 협동조합이 아닌 택시운송사업자 소속의 근로자성이 인정되는 일반적인 택시운수종사자와 비교할 때 업무 내용, 보수의 책정 및 지급 방식, 노무관리 등에 있어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를 살피고, 사업장 밖에서 근로함에 따라 업무수행과정에서 실시간으로 지휘ㆍ감독이 어려운 택시운전업무의 특성 등도 고려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대법원은 위 법리와 고용승계 대상에서 제외된 운전기사들이 A 조합과 체결한 이 사건 사용계약의 내용, 이들에게 적용된 준수사항 및 복무규율, 납입 의무가 지워진 기준금의 액수, 보수의 산정 방식 등을 종합하여 볼 때, 근로제공 관계의 실질이 협동조합이 아닌 택시운송사업자와 소속의 근로자성이 인정되는 일반적인 택시운수종사자 사이의 관계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으므로, 이들이 A 조합의 조합원으로서의 지위와 더불어 근로자의 지위에도 있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② 한편, 대법원은 근로관계 승계에 관한 위 법리가 협동조합이 인적ㆍ물적 조직을 동일성은 유지하면서 다른 협동조합에 일체로서 이전하는 경우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A 조합의 인적·물적 조직이 동일성을 유지한 채 B 조합으로 이전되는 영업양도가 이루어짐에 따라 A 조합과 근로자들의 근로관계도 포괄적으로 승계되는데, B 조합이 위 제외된 운전기사들에 대한 A 조합의 출자금 반환 채무를 인수하지 않은 것을 근로관계 승계 제외 특약으로 보게 되면 이는 실질적으로 해고에 해당합니다. 그런데 이들의 조합원으로서의 지위와 근로자로서의 지위는 별개의 법률관계에 따라 인정되는 것이므로, 그러한 조합관계에 관한 사정이 참가인들의 근로관계가 원고에게 포괄승계되는 것을 부정하는 사유가 된다거나 해고의 정당한 이유가 된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위법한 해고로서 무효로 볼 소지가 크다고 판단하였습니다.
2. 대법원 2026. 1. 29. 선고 2024도20470 판결
가. 사안의 개요
피고인은 C 택시협동조합의 설립 및 운영을 주도한 사람이고, 이 사건 직원들은 C 조합의 조합원이거나 직원으로서 택시 운행 업무 또는 정비 업무를 수행한 사람들입니다. 피고인은 이 사건 직원들에게 임금을 미지급하였다는 근로기준법 위반 등의 공소사실로 기소되었습니다.
나. 판결의 요지
1) 대법원은 같은 날 선고된 위 대법원 2026. 1. 29. 선고 2023두54914 판결과 동일한 논거를 들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 판단 기준이 되는 종전의 확립된 법리는 협동조합법에 따라 설립된 협동조합의 조합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2호에서 사용자를 사업주에 한정하지 아니하고 확대한 취지를 고려할 때, 원칙적으로 사업 경영 일반에 관하여 권한을 가지고 책임을 부담하는 사람으로서 관계 법규에 의하여 제도적으로 근로기준법의 각 조항을 이행할 권한과 책임이 부여되었다면, 그는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2호의 사용자에 포함되는 ‘사업 경영 담당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2) 대법원은 본 사안에서 ① 택시운전기사들이 C 조합과 체결한 근로계약서 및 적용받은 취업규칙의 내용, 택시운전기사들이 받은 업무지시 및 근태관리, 납입 의무가 지워진 기준금의 액수, 보수의 산정 방식 등을 종합하여 볼 때, 근로제공관계의 실질이 근로자성이 인정되는 일반적인 택시운수종사자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아, 조합원으로서의 지위와 아울러 근로자의 지위에도 있었다고 볼 수 있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이 인정된다고 보았습니다. 이는 위 대법원 2023두54914 판결과 동일한 취지의 판단입니다.
아울러 ② 협동조합 설립 준비, 조합원 모집, 근로조건 설정 등을 사실상 주도한 인물이 형식상 ‘이사’에 불과하더라도 그가 실질적인 노무관리 등의 주체였으므로, 피고인은 실질적으로 이 사건 조합을 사실상 경영하여 온 사업 경영 담당자로서 근로기준법상 사용자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3. 의의 및 시사점
위 두 판결은 협동조합 기본법에 따라 설립된 협동조합의 조합원인 택시 운전기사도 택시운송사업자와의 사이에 계약을 체결한 일반적인 택시운수 종사자와 마찬가지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 판단에 대한 대법원 법리에 따라 근로자성을 판단하여야 하고, 조합원이라는 형식보다도 그 실질에 주목하여야 한다는 동일한 취지의 판단을 하였습니다.
이는 대법원이 같은 날 같은 취지의 민사와 형사 판결을 각각 선고함으로써 협동조합이라는 형식을 이용하여 퇴직금, 고용승계 등 법적 책임을 회피하려는 시도를 차단하고, 택시협동조합 소속 조합원인 택시운전기사들의 근로자성 판단 기준을 명확히 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대법원은 2024. 7. 25. 선고 2024두32973 판결에서도 온라인 플랫폼 노무제공자의 근로자성을 판단하면서, 직접적으로 개별적인 근로계약을 맺을 필요성이 적은 사업구조, 일의 배분과 수행 방식 결정에 온라인 플랫폼의 알고리즘이나 복수의 사업참여자가 관여하는 노무관리의 특성을 고려하여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이처럼 최근 대법원은 다양한 근로 형태에서 근로자성을 판단하면서, 형식을 통한 근로자성 회피를 통제하고, 실질적인 종속성과 노무관리 실태를 기준으로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바, 이러한 판례들은 변화하는 고용 환경 속에서도 보호받아야 할 노동을 가려내는 나침반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법무법인(유) 로고스 김지인 변호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