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비 원조와 지배·개입 부당노동행위 - 형식적 금지에서 자주성 침해 위험 심사로 - 설동연 변호사
등록일 2026.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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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소재와 해석론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 합니다) 제81조 제1항 제4호는 사용자가 근로자의 노동조합 조직 또는 운영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는 행위, 노동조합의 전임자에게 근로시간 면제한도를 초과하여 급여를 지원하거나 노동조합의 운영비를 원조하는 행위를 부당노동행위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노동조합법 제81조 제1항 제4호 중 ‘노동조합의 운영비를 원조하는 행위’에 관한 부분(이하 ‘운영비원조금지조항’이라 합니다)을 둘러싼 해석론은 첨예한 논쟁이 이루어졌습니다. 이는 사용자의 노동조합에 대한 경제적 지원행위는 노동조합의 재정적 독립성을 약화시키고, 궁극적으로 사용자가 노동조합을 지배 또는 개입하거나 이를 어용화할 위험을 내포한다고 보았기 때문이었습니다.
학계에서는 형식설과 실질설로 나뉘어 논의가 이루어졌습니다. 형식설은 운영비 원조 자체를 부당노동행위로 보아, 노동조합 운영의 자주성 침해 위험의 유무를 별도로 심사할 필요가 없다고 보았습니다. 반면 실질설은 운영비 원조라고 하더라도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실질적으로 침해할 위험이 있는 경우에만 부당노동행위가 성립한다고 보았습니다.
대법원 역시 「대법원 2016. 1. 28. 선고 2013다72046 판결」에서 비교적 명확하게 형식설의 입장을 취하였습니다. 대법원은 노동조합법 제81조 제4호 단서에서 정한 예외를 벗어나 주기적·고정적으로 이루어지는 운영비 원조는 노조전임자 급여 지원과 마찬가지로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잃게 할 위험성을 지니므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나아가 그 운영비 원조가 노동조합의 적극적 요구나 투쟁의 결과로 이루어졌더라도 달리 볼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였습니다.
1. 노조전임자라 하더라도 노동조합법 제24조제4항에 따라 근로시간 면제 한도를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임금의 손실 없이 사용자와의 협의·교섭 등의 업무를 할 수 있지만, 그 외에는 노동조합법 제24조제2항에 따라 전임기간 동안 사용자로부터 일체의 급여를 지급받는 것이 금지되며, 노동조합법 제81조제4호 본문과 단서는 이를 반영하여 규정하고 있으므로, 노조전임자 급여 지원 행위는 별도로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저해할 위험성이 있는지 가릴 필요 없이 그 자체로 부당노동행위를 구성한다고 해석된다. 따라서 노조전임자 급여 지원 행위와 대등하게 규정되어 있는 운영비 원조 행위의 경우에도 이와 준하여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헌법재판소 2018. 5. 31. 선고 2012헌바90 전원재판부 결정은 위와 같이 형식설을 따른 대법원 판례의 법리와는 달리, 운영비 원조행위를 일률적으로 금지한 운영비원조금지조항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보아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헌법불합치 결정과 법리 전환
구체적으로 헌법재판소는 운영비원조금지조항의 목적의 정당성은 인정하였으나, 수단의 적합성, 침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아,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2019. 12. 31.을 시한으로 잠정 적용을 명하였습니다.
노동조합의 운영에 필요한 경비를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는 원칙적으로 노동조합이 스스로 결정할 문제이고, 집단적 노사관계에 해당하는 사용자의 노동조합에 대한 운영비 원조에 관한 사항은 대등한 지위에 있는 노사가 자율적으로 협의하여 정하는 것이 근로3권을 보장하는 취지에 가장 부합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영비원조금지조항이 운영비 원조 행위에 제한을 가하는 이유는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저해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므로, 그 제한은 실질적으로 노동조합의 자주성이 저해되었거나 저해될 위험이 현저한 경우에 한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운영비 원조 행위로 인하여 노동조합의 자주성이 저해되거나 저해될 현저한 위험이 있는지 여부는 그 목적과 경위, 원조된 운영비의 내용, 금액, 원조 방법, 원조된 운영비가 노동조합의 총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율, 원조된 운영비의 관리 방법 및 사용처 등에 따라 달리 판단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영비원조금지조항은 단서에서 정한 두 가지 예외를 제외한 일체의 운영비 원조 행위를 금지함으로써 노동조합의 자주성이 저해되거나 저해될 위험이 현저하지 않은 경우까지도 금지하고 있으므로, 그 입법목적 달성을 위해서 필요한 범위를 넘어서 노동조합의 단체교섭권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다.
운영비원조금지조항은 개정시한을 경과한 2020. 6. 9. 헌법불합치결정의 취지에 따라 개정되었습니다. 현행 노동조합법 제81조 제1항 제4호는 “노동조합의 자주적인 운영 또는 활동을 침해할 위험이 없는 범위에서의 운영비 원조행위”를 예외로 허용하고, 제2항은 그 위험 여부를 판단할 때 고려할 요소로 ① 운영비 원조의 목적과 경위, ② 원조된 운영비의 횟수와 기간, ③ 원조된 운영비 금액과 원조방법, ④ 원조된 운영비가 노동조합 총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율, ⑤ 원조된 운영비의 관리방법 및 사용처 등을 명문화하였습니다. 이로써 입법적으로도 형식적 금지에서 실질적 위험 심사로의 전환이 확정되었습니다.
② 제1항제4호단서에 따른 “노동조합의 자주적 운영 또는 활동을 침해할 위험”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다음 각 호의 사항을 고려하여야 한다.
1. 운영비 원조의 목적과 경위
2. 원조된 운영비 횟수와 기간
3. 원조된 운영비 금액과 원조방법
4. 원조된 운영비가 노동조합의 총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율
5. 원조된 운영비의 관리방법 및 사용처 등
[2020. 6. 9. 법률 제17432호에 의하여 2018. 5. 31. 헌법재판소에서 헌법불합치
결정된 이 조를 개정함.]
실질심사 기준과 판례 적용
운영비 원조에 대한 실질심사 구조는 이상과 같이 현행 노동조합법 제81조 제2항에서 명문화되었는바, 금품 제공이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해서는 대법원 2019. 4. 25. 선고 2017두33510 판결이 제시한 종합판단 기준이 참고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2019. 4. 25. 선고 2017두33510 판결을 통하여, “사용자의 행위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금품을 지급하게 된 배경과 명목, 금품 지급에 부가된 조건, 지급된 금품의 액수, 금품 지급의 시기나 방법, 다른 노동조합과의 교섭 경위와 내용, 다른 노동조합의 조직이나 운영에 미치거나 미칠 수 있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함으로써, 노동조합법 제81조 제4호에서 정한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의 판단기준을 제시하였습니다. 해당 판례가 선고된 이후에, 위 법리에 따라 금품 제공행위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판단되고 있는바, 아래에서 구체적인 사례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사건은 D운송사업 노동자로 구성된 A조합 B지역본부(원고)가, D산업의 상생과 발전을 목적으로 설립된 C조합(피고)과 체결한 ‘D상생협력 사업비 약정’(이하 ‘이 사건 약정’이라 합니다)에 따른 D산업의 상생협력 사업비(이하 ‘상생협력 사업비’라 합니다) 지급을 청구한 사안입니다. 이 사건 약정 내용은 피고가 원고에게 매월 1,300만 원을 지급하되, 사용처를 D산업관련 법·규정 개정 활동, D산업발전 환경조성, 노사상생대회 개최 등으로 한정하고, 사업비 집행의 공정성 확보를 위하여 양측 동수로 구성된 집행위원회를 두기로 하는 것이었습니다.
위 사건에서 피고는 상생협력 사업비가 급료 및 제수당 항목으로 지출된 금액, 노동신문에 지급된 금액, 주식회사 G에 이체된 금액, H, I, J, K 등에게 송금된 금액 등은 원고의 활동이나 운영 및 이 사건 약정의 본래 목적과는 관련 없이 사용되었고, 위 사업비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았으며, 실제로는 원고 내 소수의 집행부에 대한 경제적 이익제공에 불과하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나아가 피고는 원고가 이 사건 약정에 따른 사업비를 지급받기 위해 근로자들의 근로시간을 하향 조정하는데 앞장섰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노사 동수로 구성된 집행위원회가 이러한 예산안과 결산보고를 승인하였고, 노사 간의 합의에 따라 광범위한 사용을 예정하고 있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또한 법원은 설령 원고 내 소수 집행부에게 지급되었다거나 일부 지출항목의 적정성에 관한 다툼이 있더라도, 이 사건 약정의 체결 경위, 사업비의 목적, 노사 동수 집행위원회의 승인 구조, 집행지침의 존재, 실제 사용처, 피고의 지배·개입 실태나 위험성 등을 종합하면, 피고가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이 사건 사업비 지급이 노동조합의 자주적 운영 또는 활동을 침해할 위험이 있는 ‘운영비원조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구체적으로 법원은 피고가 여러 차례 이사회를 개최하여 이 사건 약정을 체결하고자 한 점에 비추어 보아 부당노동행위 의사를 인정할 수 없고, 집행위원회의 의사결정에 피고의 지배나 개입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나아가 피고가 이 사건 약정을 수용하는 조건으로 소정 근로시간 축소 등의 대안을 먼저 제시한 점에 비추어 보아 원고가 이 사건 약정에 따른 사업비를 받기 위해서 소속 근로자들의 소정 근로시간을 하향조정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법원은 헌법재판소 2018. 5. 31. 선고 2012헌바90 전원재판부 결정의 취지에 따라, 아래와 같은 이유로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습니다.
㉠ 운영비 원조행위는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저해하거나 저해할 위험이 현저한 경우가 아닌 한 노동조합이 근로3권을 실현하는 활동을 하는데 도움이 된다.
㉡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노동조합의 재정자립도가 높지 않은 것이 현실이므로, 근로3권을 실현하는 방향으로 운영비 원조행위를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한다.
㉢ 무엇보다도 노동조합과 사용자가 우호적이고 협력적인 관계를 맺기 위해서 대등한 지위에서 운영비 원조를 협의하는 것은 근로3권이 추구하는 집단적 노사자치의 이상에 부합한다.
㉣ 이 사건 약정의 경우에도 D산업의 상생과 발전을 도모할 목적으로 노사간 합의에 기초하여 이 사건 사업비를 지급하기로 한 것이므로, 그 체결 경위 및 내용 등에 비추어 집단적 노사자치의 이상에 부합한다.
결론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운영비원조금지조항에 관한 법리는 과거의 형식적 금지 중심 해석에서 노동조합의 자주적 운영 또는 활동을 침해할 위험이 있는지를 실질적으로 심사하는 구조로 이동하였습니다. 과거 대법원은 구 노동조합법 제81조 제4호 단서의 예외를 벗어나는 주기적·고정적 운영비 원조를 비교적 엄격한 기준으로 판단하였습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 2012헌바90 결정과 2020년 개정 노동조합법은 운영비 원조행위의 위법성 판단에서 노동조합의 자주적 운영 또는 활동을 침해할 위험이 있는지를 중심에 두고 실질적인 관점에서 판단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법리의 변화는 ‘사용자의 노동조합 원조행위에 대한 규제 완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형식적으로 운영비 원조가 있었는지 여부만으로 결론을 내리지 않고, 그 원조행위가 노동조합의 재정적 독립성, 조직적 자율성, 의사결정상의 독립성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실질적으로 심사하는 방향으로의 전환으로 이해하여야 합니다. 따라서 운영비원조금지조항과 관련하여 부당노동행위가 성립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사용자의 행위의 외형상 존재 여부보다는 그 맥락·경위·영향 및 노동조합 자주성에 대한 실질적 위험의 유무가 점점 더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음을 유의하여야 합니다.
대구지방법원 2020나310171 판결은 이러한 실질심사 구조가 실제 사건에서 어떻게 작동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습니다. 법원은 사업비가 지급되었다는 외형만을 본 것이 아니라, 사업비 약정의 목적, 노사 동수 집행위원회의 승인 구조, 집행지침의 존재, 실제 사용처, 피고의 지배·개입 실태나 위험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였습니다. 결국 사용자로서는 노동조합에 대하여 운영비 지원 등의 약정을 체결하는 경우, 해당 약정의 설계 단계부터 현행 노동조합법 제81조 제2항의 다섯 가지 고려요소를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약정의 체결 경위와 집행 구조를 문서화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노동조합법 제81조 제2항의 고려요소는 사후 분쟁 대응을 위한 방어논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약정 체결 단계에서부터 반영해야 할 실무상 체크리스트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