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사무소 미제공과 지배·개입 부당노동행위 – 단체협약 실효 후 사무실 제공 거부를 부당노동행위로 본 사례 - 설동연 변호사
등록일 2026.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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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사무소 미제공과 지배·개입 부당노동행위
– 단체협약 실효 후 사무실 제공 거부를 부당노동행위로 본 사례
문제의 소재
노동조합법 제81조 제1항 제4호는 사용자의 지배·개입 부당노동행위를 금지하면서도, '최소한의 규모의 노동조합사무소의 제공'을 운영비 원조 금지의 예외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노동조합사무실이 노동조합의 존립과 활동에 필수적인 물적 기반임을 전제한 것입니다. 그런데 최근 법원은 사용자가 이 조항을 근거로 '최소한의 사무소만 제공하면 충분하다'는 소극적 해석에 머무르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한 걸음 더 나아가 기존에 제공해 온 사무실을 합리적 이유 없이 중단하는 것이 오히려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가 될 수 있음을 확인하였습니다. 이하에서는 서울고등법원 2025. 11. 27. 선고 2025누6682 판결을 중심으로 그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사안의 개요
이 사건에서 원고는 외국계 주류회사의 한국법인이었고, 피고보조참가인은 원고 소속 근로자들을 조직대상으로 하는 노동조합이었습니다. 원고와 참가인은 2015. 12. 3. 단체협약을 체결하였고, 위 단체협약에는 회사가 노동조합에 사무실, 시설, 집기, 비품, 전화, 팩스, 컴퓨터 등의 이용 편의를 무상 제공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단체협약은 유효기간 만료 후에도 자동갱신 또는 효력유지 조항에 따라 일정 기간 효력이 연장되어 왔으나, 원고는 2021. 3. 24. 참가인에게 단체협약 해지를 통보했습니다. 이후 원고는 본사 사옥을 신사옥으로 이전하면서 기존 노동조합사무실을 더 이상 제공하지 아니하였으며, 2023. 10. 31.에 이르러서야 ㄱ자 형태의 약 3평 규모 사무실을 제공했습니다. 참가인은 신사옥에서 노동조합사무실을 제공하지 않은 행위가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고, 서울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는 모두 노조사무실 미제공 행위를 부당노동행위로 판단했습니다.
대상판결의 요지
원고는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재심판정취소소송을 제기하였으나, 1심과 항소심은 모두 원고가 노동조합사무실 제공을 거부했고, 그 거부에 합리적 이유가 없었으며, 이에 따라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 의사가 인정된다고 보았습니다. 해당 사안에서 원고는 단체협약이 해지되었으므로 그에 따른 사무실 제공의무가 없고, 기존 사무실을 반환받았으므로 사용대차계약에 따른 제공의무 또한 없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또한, 지속적으로 사무실 제공의사를 밝혀왔으며, 2023. 10. 31. ㄱ자형 사무실을 제공하였다는 이유로 부당노동행위 의사가 없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이에 대하여 법원은 “노동조합 활동의 일상적인 업무가 이루어지는 공간인 노동조합사무실은 노동조합이 정상적으로 존재하기 위한 필수 불가결한 요소로 노동조합사무실의 제공 여부는 노동조합의 존폐와 직접 연결된다. 따라서 만약 노사 간에 체결된 단체협약이나 사업장 내의 취업규칙, 노동관행 등으로 인하여 노동조합사무실을 노동조합에게 무상으로 제공해 온 사업자가 합리적인 이유 없이 노동조합사무실 제공을 거부하거나 해태·지연하는 경우에는 필연적으로 노동조합의 활동이 위축되는 결과를 초래하므로, 이러한 사용자의 행위는 노동조합의 단결을 저해하는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례의 법리를 재확인하였습니다.
또한 단체협약에 따라 사무실을 무상 제공해 온 사용자와 사무실을 제공받아 사용해 온 노동조합의 계약관계는, 특정 사무실을 제공할 의무를 부담하는 민법상 사용대차관계뿐만 아니라, 노동조합의 존립과 활동에 필요한 범위 내에서 불특정 사무실을 제공할 의무를 부담하는 무명계약관계를 포함하며, 노동조합이 기존 사무실을 인도한 것은 본사를 신사옥으로 이전함에 따라 불가피하게 점유를 이전한 것일 뿐이고 해지에 따른 목적물 반환이 아닌 점, 당시 원고와 참가인 사이에는 다양한 단체협약 쟁점에 관한 이견이 첨예하여 8년째 단체협약이 체결되지 못하고 있었으므로, 신사옥 이전 후 2023. 1. 12. 노동조합에 ‘단체협약이 체결된 시점’에 노동조합사무실을 제공하겠다는 의견을 제시한 원고의 입장은 사실상 ‘단체협약 체결 이전에는 사무실을 제공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보아, 사용자인 원고가 신사옥 이전 후 약 1년이 지날 때까지 노동조합사무실 제공을 거부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고 거기에는 합리적 이유가 없는 점을 인정하였습니다.
시사점
대상판결의 의의는 사용자가 언제나 노동조합사무소를 제공할 일반적 의무를 부담한다고 본 데 있지 않았습니다. 핵심은 단체협약, 취업규칙 또는 노동관행 등에 따라 노동조합사무소를 무상으로 제공해 온 경우, 사용자와 노동조합 사이의 사무실 제공 관계를 민법상 사용대차관계에 한정하지 않고 불특정 사무실을 제공할 의무를 부담하는 무명계약관계를 포함한다고 봄으로써, 사옥 이전이나 단체협약 해지가 자동으로 제공의무를 소멸시키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한 데 있습니다. 이로써 사용자가 단체협약 실효나 사옥 이전만을 이유로 그 제공관계를 일방적으로 중단할 수 없다는 점을 설시하였다는 데 의의가 있습니다.
결국 대상판결은 노동조합사무소 제공 문제가 단순한 시설관리나 사용대차의 문제가 아니라, 노동조합의 자주적 운영과 단결권 보장의 문제임을 보여주었습니다. 사용자의 행위가 형식적으로는 공간 배정 또는 사옥 이전 문제로 보이더라도, 그 실질이 노동조합의 일상적 활동기반을 약화시키는 것이라면 지배·개입 부당노동행위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노동조합사무소 제공·변경·중단 문제는 노사관계상 편의 제공 차원을 넘어, 부당노동행위 리스크 관리의 관점에서 신중하게 검토되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