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계위원회에 변호사와 함께 출석해도 됩니까?” 기업의 징계 실무에서 종종 마주하는 질문이다. 회사는 내부 절차라는 이유로, 또는 취업규칙에 허용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동석을 거부하기도 한다. 그러나 해고나 정직처럼 근로자의 생계와 경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결정을 앞두고, 자신을 방어할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가 오직 사내 규정의 유무에 달려 있어도 괜찮을까.
징계절차에서 소명기회를 보장하는 목적은 근로자의 해명을 듣는 데 그치지 않는다. 사용자 역시 이를 통해 사실관계를 정확히 파악하고, 징계사유와 수위가 적절한지 검토할 수 있다. 대법원이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에서 정한 소명절차를 위반한 징계를 징계사유의 존부와 관계없이 무효로 보는 것도 이러한 취지이다(대법원 2009. 3. 12. 선고 2008두2088 판결 등 참조). 소명절차는 징계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하는 장치인 셈이다.
다만 기존 판례는 징계절차에 관한 규정의 존재 여부를 중요하게 취급해 왔다. 소명기회를 부여하도록 정하였다면 이를 준수해야 하지만, 그러한 규정이 없다면 소명기회를 부여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징계를 무효로 보지는 않는 것이 종래의 입장이다. 변호사 동석 문제도 이와 맞닿아 있다. 사기업의 징계절차에서 별도의 규정 없이 변호사 동석을 요구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는 하급심의 판단이 엇갈려 왔고, 일반 근로자에 대한 대법원의 명확한 기준은 아직 제시되지 않았다.
최근에는 변화의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대법원은 최근 선고한 판결에서 사립학교 교원이 징계위원회에 자신이 선임한 변호사와 동석하여 진술하겠다고 요구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이를 거부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26. 8. 13. 선고 2024두61155 판결). 변호사의 동석과 의견진술을 실질적인 방어권 행사의 내용으로 본 것이다. 다만 이 판결은 사립학교 교원의 신분보장에 관한 특별한 법령을 근거로 하고 있어, 일반 사기업 근로자에게 그대로 적용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이제 그 논의는 일반 근로자의 징계절차로 이어지고 있다. 대법원은 오는 12월 8일 학교법인 직원과 사기업 근로자의 징계절차에서 변호사 동석을 허용해야 하는지를 두고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을 진행할 예정이다. 취업규칙 등에 명시적인 규정이 없는 경우에도 동석을 보장해야 하는지, 이를 거부한 징계의 효력을 어떻게 볼 것인지가 핵심 쟁점이다.
징계절차에서는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의 명시 여부와 관계없이 실질적인 소명기회를 보장하고, 근로자가 요청하는 경우 변호사의 동석과 필요한 의견진술을 원칙적으로 허용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 이는 근로자의 방어권을 보호하는 동시에, 회사가 사실관계를 정확히 파악하고 징계의 적정성을 높이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변호사의 참여 범위와 방식은 징계위원회의 원활한 운영, 피해자 보호 및 비밀유지 등을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정할 수 있다. 근로자 본인의 진술을 중심으로 조언과 보충진술을 허용하되, 절차를 지연하거나 방해하는 행위는 제한하는 방식이다.
현재 일반 사기업에서 변호사 동석을 거부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징계가 곧바로 무효가 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기업 실무에서는 명시적인 규정의 유무에만 의존하기보다, 충분한 소명과 필요한 조력을 보장하여 징계의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후속 분쟁을 예방할 필요가 있다.